수저통에 숟가락을 씻고 어떻게 놓을까

혼자서 자취를 하다보면 몰랐던 아주 사소한 부분들을 깨닫는 재미가 있습니다.

특히나 이래서 엄마가 그렇게 했구나라고 느끼게 되는 점이 많은데요.

제가 처음으로 느꼈던 건 수저통에 숟가락과 젓가락을 놓는 방법이었습니다.

집에서 보면 항상 엄마가 설거지를 하고서 수저를 먹는 부분이 위로 향하도록 놓습니다.

아예 이런건 엄마가 다 하는거라 저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네요.

근데 제가 밖에 나와서 혼자 살아보니 이런 아주 사소한 부분부터 착오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수저를 먹는 부분이 아래로 가게해서 통에다가 넣은 겁니다.

젓가락이든 숟가락이든 다 먹는 부분이 아래로 향하게 놨는데 그 이유는 딱히 별거 없고 그냥 생각하기에 바깥에다가 내놓으면 먼지가 묻을까봐 그랬습니다.

뭔가 퐁퐁이 튀길수도 있는거고 그래서 아래쪽으로 다 넣어놨었네요.

그렇게 한동안 생활하다가 어느날은 물때가 여기저기 많이 낀 것 같아서 설거지를 다 하고서 수세미로 여기저기 한번씩 다 문질러줄때였습니다.

그릇 말리는 트레이도 닦고 하다가 문득 수저통은 어떤가하고 아랫부분을 봤는데 물빠지는 곳에 물때가 엄청 끼어있더군요.

물때가 덕지덕지 끼어있는데 수저가 그 물때에 닿았을거라 생각하니 그제서야 엄마가 왜 수저 방향을 위로가게끔 해놨는지 이해가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엄마가 정리한 것들의 순서도 다 이유가 있다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심지어 휴지를 걸어두는 방향도 그렇고 다 살림노하우가 있는거였구나 싶더군요.

엄마는 밥을 지을때도 쌀을 불려뒀는데 왜 저걸 불리는지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엄마가 뭐 하나보다 싶었죠.

근데 직접 나와서 밥을 해보니까 쌀을 불려놓는게 더 제 입맛에 잘 맞았습니다.

밥이 입에 잘 붙는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그렇게 불렸다가 밥을 짓는게 더 맛있다는 걸 알게되었고 엄마는 그런 사소한 것들까지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계속 노력을 하고 계셨던 겁니다.

하나하나 개선을 해나가면서 느낀건 제가 부모님집에서 같이 살때의 환경이랑 점점 비슷하게 변해간다는거였구요.

사소한 부분들이 너무 많아서 어디부터 어디까지 다 얘기를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쌀은 포대에 받아와서 그냥 포대만 열어놓고 썼는데 이걸 오래 방치하니 벌레가 생겨서 그제서야 왜 쌀통에다가 따로 담아서 보관하는건지 알게되었구요.

설거지는 바로바로해야지 안그러면 계속 쌓이고 날벌레가 꼬인다는 것도 알게되었습니다.

방은 이틀만 안치워도 먼지가 너무 많아서 매일매일 청소를 해야하는데 깨끗한 집은 매일 청소를 하는거구나 그때 깨달았습니다.

고기를 굽고나면 기름이 너무 많이튀어서 잘 안먹게되던데 어릴땐 정말 일주일에 꼭 한두번은 삼겹살을 먹었으니 진짜 귀찮았겠다 싶더군요.

혼자서 한근씩 먹을때였으니 설거지도 많고 고기값도 많이들고 기름닦는것도 귀찮았을텐데 뒷정리는 항상 엄마가 다 했었죠.

요즘이야 코인빨래방이 있어서 이불빨래도 가져가서 건조까지 싹 해오지만 예전에는 무조건 다 밟아서 빨았습니다.

그렇게 장롱에 넣어두곤 했었고 빨래도 아이들이 많으니까 매일 돌렸을텐데 빨래는 돌리는 것보다 널어두는게 더 귀찮은거라 그걸 매일 했었구나 생각하니까 죄송스럽더군요.

화장실은 바닥을 항상 닦아야 미끌거리지가 않고 머리카락같은건 그때그때 다 치워야하죠.

그리고 화장실 휴지통은 자주 비워야지 안그러면 젖은 것들이 들어가서 냄새가 정말 심한데 이건 음쓰도 마찬가지입니다.

먹고나면 바깥에 나가기 싫어서 냉동실에 음쓰를 묶어서 얼려버리는데 예전엔 먹고나면 바로바로 엄마가 치웠던게 기억납니다.

혼자서 살아보면 부모님이 얼마나 고마운지 바로 알게된다고 하더니만 그게 정답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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