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누워 아침 햇살에 반짝거리는 상제리를

선영은 침대에 누워 아침 햇살에 반짝거리는 상제리를

보며 생각에 빠졌다. 지나온 꿈같은 1년의 세월. 너무나

아름다웠던 시간들이었다. 이국의 해안 괌의 백사장을

달리며 사랑을 속삭이고, 가을의 넘실대는 단풍들 사이를

지나며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던 그 시간들이 무척이나

아쉬워 1년의 시간이 너무도 짧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시간들을 신은 질투를 느꼈던지 하필이면

선영에게 무거운 짐을 내리고 말았다. 위암 말기. 참으로

허망한 말이었다. 기껏 살아봐야 앞으로 2개월의 시간만이

남았다 는 말에 선영은 눈앞이 깜깜해왔다. 몇 달전부터

갑작이 아파온 선영은 남편 진우의 권유로 종합진단을

받기위해 대학병원을 찾았고, 일주일후 찾아오라는 의사의

말에 선영은 왠지 가보기가 불안해 진우에게 대신 가봐달라고

부탁했다. 선영의 부탁을 받은 진우는 병원을 갔다가 평상시와는

달리 아무런 전화도 없이 12시가 넘어서야 집에 도착을 했다.

진우는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선영을 와락 끌어 안으며 술냄새를

선영에게 풍기며 울었다. 선영은 진우의 울음에 더럭 겁을

집어먹고 는 떨리는 손으로 진우를 부축해 소파에 앉혔다.

그리고, 응접실로 달려가 냉수를 떠다주고는 진우가 말을

하기를 기다렸다. 진우는 선영이 가져다준 냉수에는 손도 대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는 선영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눈물을 연신

흘려댔다. 그런 진우를 보며 선영은 ‘왜그래, 응.’을 말하며 같이

덩달아 울었다. 진우의 입밖으로 나오기 시작하는 말에

선영은 몸을 부르르 떨더니 그대로 혼절하고 말았다.

그리고는, 아침이 되어 자신의 침실에서 깨어난 것이다.

선영은 창틈으로 비춰 들어오는 햇살에 눈을 돌리고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똑똑’ 노크소리가

들렸지만 선영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문이 열리며 진우가

쟁반에 샌드위치와 우유를 담아가지고 들어왔다. 진우는

누워 있는 선영을 바라보며 씨익 웃어 보였다. 눈이

부은 채로 웃고 있는 진우의 모습이 왠지 선영은 어색해

보였다. “일어났니,….” 진우는 들고온 쟁반을 화장대위에

얹어 놓고는 선영을 부축해 일으켜 세우려했다. 선영이

몸을 돌리며 진우의 손을 피했다. 선영이 갑작히 몸을 돌리는

바람에 진우는 멍청히 양손을 뻗친채로 서서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었다. 얼마의 정적이 흘러갔을 까 진우가 먼저 말을

했다. “선영아, 이러지마. 네가 이러면 난 어떡하라는 거니.”

“….” 돌아누운 선영의 어깨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진우는 침대위로 올라서며 선영의 움찍거리는 어깨를

잡아주었다. 선영이 진우에게로 돌아서며 와락 안겼다.

“진우씨…. 엉엉… 왜 이런일이 내게 일어난거지… 왜,

왜….” “…..” 진우는 선영의 물음에 무어라 말도 못한채

선영을 꼬옥 안고만 있었다. 진우의 눈에도 눈물이 고여

흐르기 시작했다. “우욱….” “선영아…” 갑자기 구역질을

하며 선영이 붉디 붉은 피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우욱…

우욱… 진우씨…. 우욱…” 선영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가며

진우를 붙잡은 손에 힘을 주며 자신의 입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피를 보며 어쩔줄을 몰라하며 당황해했다.

하얀 침대커버가 점점 피로 물들어 갔다. “선영아, …

이런, … 잠깐만…” 진우는 자신을 붙잡고 있는 선영의

손을 떼내려 했지만 겁에 질린 선영은 진우를 놓아주기가

무서운지 진우의 옷을 놓아주지 않았다. “선영아, 잠깐만.

내 약을 가져올테니 잠깐만 좀 기다려줘. 응.” 진우는

선영의 손을 억지로 떼어내고는 선영을 혼자 방에 놓아두고

방밖으로 나갔다. 선영은 진우가 나간 문을 바라보며 자신의

손으로 뱉어지는 피를 바라보았다. 장미빛보다도 진한 핏빛.

얼마의 피를 뱉아내고 나자 피가 멈췄다. 위속에 모여있던

피인 모양이었다. 선영이 간헐적으로 피를 뱉어내고 있을무렵

진우가 어디서 가지고 왔는지 약병과 물을 들고 들어왔다.

“진우씨…” 선영은 피를 멈춘채 두려움의 눈물을 흘리며

진우를 바라보았다. “선영아…”

오후무렵 진우가 선영을 달래놓고 잠시 회사에 갔다가 돌아왔다.

선영은 안정을 조금은 되찾은 듯 보였다. 선영은 진우에게 문을

열어주며 예상외로 빨리 퇴근한 진우에게 물었다. “오늘은

상당히 일찍 오셨네요.” 아직도 선영의 눈엔 눈물이 고여 있는 듯

눈동자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런 선영에게 진우는 들어서며

“오늘 휴직계를 냈어.” 라고 말했다. 선영은 휴직계를 냈다는

진우의 말에 내심 놀라면서도 자신을 위해 마음 써주는 진우가

고마웠다. “미안해요. 괜히 나 때문에….” “미안하긴, 우리

약속했쟎아. 영원히 사랑으로 살아가자고 말야.” “진우씨….”

선영이 다시 진우의 품에 안기며 울음을 터트렸다. “울지마.

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쟎니… 우리 남은 시간동안만이라도

즐겁게 웃으며 지내자구. 자꾸 이렇게 울기만 하면 나, 선영일

미워할꺼야. 자, 울지마. 응.” 진우는 선영의 어깨를 토닥거려

주었다. 선영은 진우의 말에 울음을 그치며 글썽이는 눈으로

진우를 올려다보았다.

“선영아, 일어나. 저녁 먹어야지.” 진우가 앞치마를 두르고는

방문을 열고 선영을 불렀다. 선영은 메마른 입술을 느끼며

핼쓱해진 얼굴로 진우의 인도를 받으며 응접실로 향했다.

식탁위에 찌개와 약간의 반찬들과 밥이 놓여 있었다. 진우는

선영이 쉽게 자리에 앉을 수 있게 의자를 빼주며 선영을 앉히고는

자신도 맞은 편으로 가서 앉았다. “진우씨… 고마워요.

저녁은 제가 해도 되는데…” “아냐, 괜챦아. 선영이가 하나 내가

하나 그게 무슨 대수야. 참, 이건 선영이 혼자 먹어야 돼.

이건 약이니깐, 서로 나눠 먹으면 안되거든…” 진우는 뚜껑이

닫힌 냄비를 선영의 앞으로 내밀었다. “이게 뭔데요?” 선영이

손잡이를 잡고는 냄비속의 내용물을 보기위해 뚜껑을 열었다.

금방 끓였는지 수증기가 부옇게 올라와 잘 보이지 않았다.

어느정도 수증기가 가시자 선영은 뽀얗게 우러난 국물에 잘 게

썰어 넣은 고기덩이를 보고는 의아해하며 진우에게 다시 물었다.

“진우씨, 이게 뭐예요.” “약이야. 선영이 몸에 좋다고 해서 내가

오늘 급하게 구해온 거야. 한번 먹어봐. 뭔지는 알려고 하지 말고…

왜, TV에서 보면 살기위해 뭐든지 먹는다쟎아. 그렇다고 해서

먹기에 그리 비위 상하는 건 아니니 먹어둬. 어렵사리 구한 내 정성을

봐서라도 말야, 응.난 널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두지 않을꺼야.

선영이 네 생명이 붙어 있는한 끝까지 한번 매달려 볼꺼야.”

선영은 진우의 말에 너무도 고마워 코끝이 다시 찡해짐을 느꼈다.

부모없이 살아온 선영에게 어느날 갑자기 다가온 진우는 정말

소설에서나 있을 법한 우연한 만남으로 알게 되었고, 자신에게

더없는 친절함으로 대해 주었다. 작년 겨울. 희디 흰 눈이 깜깜한

밤하늘을 수놓던 날, 진우의 프로포즈를 받고는 선영은 부모도 없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절망하여 거절하였지만, 집요한 진우의 사랑의

고백에 승낙을 해 지금 25평 아파트에서 행복을 꿈꾸며 살기까지

진우가 모든 일을 대신 해주었다. 물론, 진우는 한번 결혼했던

경험이 있는 유부남이었지만, 아내를 일찍 잃은 터라 별달리

생각은 하지 않았다. “고마워요, 정말.” 진우는 선영이 다시 울려는

것을 보고는 장난섞인 눈초리로 선영을 노려보며 말했다.

“또, 또 울려 그런다.” “알았어요. 이젠 울지 않을께요. 식사하세요.”

선영은 진우에게 식사를 권하고는 숟가락을 들어 진우가 만들어준

국의 국물을 떠 입에 넣었다. 상큼한 울어나는 맛이 좋았다.

“음… 맛있네요. 이게 도대체 뭐예요.” “그냥 그런게 있어. 알려고

하지말구. 맛있게만 먹어줘, 응.” “알았어요. 어쨌든 맛있게 먹을께요.”

선영은 진우를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아 더이상 묻지 않고 자신의

희게 타오른 입으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저녁을 먹고 난후 진우는

선영에게 알약과 물을 건네주고는 선영이 약을 먹는 것을 지켜보았다.

선영은 눈을 질끈 감고는 진우가 준 알약을 삼켰다.

“자, 이제 방에 들어가 한숨 자도록 해. 가급적이면 안정을

취하는게 좋대.” 진우는 선영에게 침실로 가서 누우라고 했다.

“조금 더 진우씨와 같이 있으면 안될까, 응?” “난 계속 선영이

곁에 있을 꺼야. 잠시도 떠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들어가

눕도록 해.” 진우는 선영을 감싸안고는 침실로 데려가 자리에

눕히고는 자신도 옆에 누워 선영에 게 팔베게를 해 주었다.

“진우씨. 기억나요? 여름에 거제에 내려 갔을때 말이예요.

당신이 주운 조개껍질로 목걸이를 만들어 준것 말이예요.”

“응, 왜?” “그때 정말 행복했어요. 언제 그렇게 일일이

꿰맸는지 정말 그런 목걸이는 아마 돈주고도 못살꺼예요.”

“그랬어?” 선영은 진우와 얘기를 나누며 여름에 해변가에서

진우와 보낸 기억이 아련히 떠오르 며 이상하게 조금씩 잠이

밀려옴을 느꼈다. 아마도 진우가 준 알약에 항암제와 진정제가

섞여 있었던 모양이었다. “선영아, 작은 방있지. 거기 잠시

내가 열쇠로 잠궈 뒀어. 선영이를 위해 내가 깜짝 놀래킬 만한 걸

좀 할려고 하니 이해해줘, 응?” “뭐… 하는데요.” “글쎄 그런게

있으니 어쨌든 이해하고 궁금하더라도 좀 참고 기다려줘.

알았지?” “궁금하지만 어쩔수 없죠, 뭐. 알았어요…. 아~함.

진우씨 나 졸려요. 어디 가지마 요, 알았죠.” “그래,

어디 안갈테니 푹 좀 자둬.” 선영은 진우의 품속으로 더욱

안겨들며 잠을 청했다. 그런 선영을 진우가 가만히

내려 다 보았다. 몇일이 지나도 선영은 별다른 호전을 보이지

않은채 자꾸만 수척해져 가고 있었다. 진우는 선영의 몸이

초췌해지는 것이 안타까운지 자주 데리고 나가 시원한 공기도

맡게 해주고 기분을 전환해주려고 많은 애를 썼다. 하지만,

선영은 눈가마져 움푹 들어가며 점차 아름다웠던 모습을

감추어 가고 있었다. 선영은 진우와 같이 평상시 처럼 저녁을

먹고는 약을 먹고 자리에 누웠다. 진우도 예전과 같이 선영의

곁에 누워 선영이 잠들때까지 지켜봐 주었다. 그날, 선영은

새벽녘에 심한 악몽에 시달려 식은땀 을 흘리며 잠에서

깨어났다. 잠에서 깬 선영은 침대위에 일어나 앉은 채

진우를 찾았 지만 진우는 옆자리에 없었다. 선영은 침대에서

내려와 방문을 열고 나와 진우를 찾 아 응접실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