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뽑기를 시작하게 된 이유

처음 뽑기를 시작하게 된 것은 국민학교에 다니던 시절이었습니다.

동네 문방구에서 종이로 뽑기를 했는데 저는 그걸 무척 좋아했습니다.

한판에 50원짜리도 있었고 100원짜리도 있었고 1등에 당첨되면 엄청 큰 장총모양의 물총을 줬었습니다.

나름의 방법으로 아랫부분에서 손을 스윽 스다듬다가 느낌이 오는걸 팍 떼면 반으로 접힌 종이에 스테이플러가 찍혀있고 그 안에 등수가 적혀있는 방식이었습니다.

꽝이면 사탕이나 길쭉한 땅콩캬라멜을 줬는데 그 중에는 석수음료수가 있기도 했고 문어발 같은 식품들이 들어있기도 했습니다.

피크닉이라는 음료도 상품으로 자주 받았었네요.

가끔 넓적한 엿뽑기도 했었는데 번호구간을 고르고 번호가 써있는 통에서 골라서 맞추는 방식으로 전주에 가보니 이게 있더군요.

대왕잉어가 1등상품이었나 뭐 그랬었고 꼴등이 나와도 작은 엿을 줘서 꽤 재밌게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진짜 뽑기의 세계로 들어서게 된 것은 국민학교 저학년때인데 지방에 있는 친척집에 놀러갔다가 잠깐 어느 부동산 사무실에 들어갔을때였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그냥 부동산 사무실인데 안에 들어가니 뭔가 아저씨들이 많이 계시더군요.

그리고 안은 담배냄새가 뿌옇게 끼어있을 정도로 사람들이 담배를 많이 피우고 있었는데 방마다 화투를 치고있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거기서 잠깐 기다리라고 하시고는 저에게 한 2천원정도를 100원짜리로 바꿔서 주셨습니다.

그 앞에 있는 뽑기 기계를 가리키며 저거 하고 놀고있으라 하셨었구요.

가보니 담배를 뽑는 기계였는데 한판에 100원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걸로 담배를 뽑았더니 사장님이 1500원인가 얼마로 교환을 해주셔서 그렇게 뽑고 바꾸고 돈을 탕진하면서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딱 한번 뽑고 나머지 돈은 기계에 다 털렸었죠.

차라리 오락실에서 놀라고 했었으면 진짜 재밌게 놀았을텐데 뽑기기계 말고는 다른것도 없고 괜히 모르는 동네에서 돌아다니다가 무서운 형들 만나면 안되니 나가지도 못하고 거기서 마냥 기다리고 있었네요.

그게 뽑기기계의 첫번째 기억이고 딱히 좋은 기억은 아니었습니다.

뭔가 어른들의 나쁜 세계를 들여다본 것 같은 기분나쁜 경험이었죠.

비록 기분은 안좋았지만 어릴때부터 뭔가에 한탕주의랄까? 뽑아서 1등에 당첨되고 그런건 엄청 좋아했었습니다.

그렇게 국민학교를 졸업하고선 문방구에서 뭘 뽑은적도 없고 세월은 훅 지나가서 이제 대학생이 되었을 무렵 티비에서 어느 뽑기 고수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생필품을 다 뽑아서 그걸로 생활하는 아저씨의 사연이었는데 그걸 보는 순간에 ‘딱 저거다!’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저렇게 뽑기를 잘해서 생필품을 뽑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이후에 제가 온갖 물건을 다 뽑아내는 꿈까지 꿨습니다.

아주 눈이 뒤집힌건데 그 생각이 지금까지 이어져올 줄은 저도 몰랐고 대한민국에 이렇게 뽑기방이 유행을 하게 될 줄도 몰랐습니다.

그리고 고가의 경품들이 상품으로 걸리게 될 줄도 몰랐네요.

1. 일본에 놀러갔을때

제가 뽑기에 확실하게 빠지게 된 계기는 바로 일본에 갔을때였습니다.

그때는 2000년대 초반이었고 제가 갓 제대를 하고 나왔을 시절이었습니다.

일주일인가 열흘인가 갔을때였는데 우연히도 한 뽑기샵에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뭔가 실내가 굉장히 넓길래 어떻게 생겼나 구경을 하려고 간거죠.

들어갔을때 안에 기계들이 상당히 많았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삼발이로 집어서 끌고오는 방식 뿐만 아니라 굉장히 다양한 방식의 뽑기들이 있었습니다.

가운데에 가져다놓으면 나오는 방식도 있고 떨어뜨리는 방식도 있고 뭔가 누르는 것도 있었고 아무튼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건 그 안에 다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품들이 너무 좋아보였습니다.

어디서 파는 물건들보다도 더 희귀해보여서 꼭 하나 뽑아서 가지고싶다는 욕구가 솟아올랐습니다.

그래서 가지고 간 돈을 거기서 꽤 탕진했었는데 아마 한화로 만원도 더 썼을 겁니다.

돈을 많이 들고간게 아니어서 아껴써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만원을 넘게 거기에 다 투자를 한 겁니다.

그 샵에는 알바생이 없어서 그냥 그렇게 넘어갔는데 다른 동네에 갔다가 잠깐 들린 샵에서는 몇번을 뽑으려고 하다가 못뽑자 알바생이 다가와서 뽑기 쉬운 위치로 조정해주고 곁에서 지켜보다가 뽑고난후 축하멘트까지 해주고 사라졌습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대응이었죠.

뽑기 쉽게 배치까지 해주고 축하도 해준다는게 말입니다.

그때 정말 큰 충격을 받았고 나도 돈을 많이 벌어서 이런걸 한국에다가 차리고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제주도에 특별한 공간을 만들어서 놀러온 관광객들이 모두 한번씩은 들렸다가 갈 수 있도록 뽑기박물관 같은걸 만들어서 운영하고 싶단 생각을 했었습니다.

학생들이 오면 다들 하나씩은 뽑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뭐 그런 식으로 말이죠.

직접 제작한 캐릭터인형이나 제품들을 배치해서 뽑아가게끔 하고 박물관 외엔 아무도 그 물건을 살 수 없게 독점을 해야지 하면서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한국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납니다.

2. 용산 cgv 대형인형

이때는 와이프랑 한창 데이트를 즐길 때였는데 제가 영화를 좋아해서 재밌는 신작이 나오면 항상 용산 CGV에 가서 영화를 봤었습니다.

그리고 제사보다 젯밥에 정신이 있다는 말처럼 저는 영화보다는 그 출구쪽에 있는 오락실내에 대형인형 뽑기를 좋아했었습니다.

와이프한테 인형선물을 뽑아주겠다는 핑계로 가면 항상 만원은 넘게 했었던 것 같습니다.

큰 대형집게가 양쪽으로 오므리고 들어올리는 방식인데 인형을 들어올려서 아래로 떨어뜨리는 방식이라 처음에는 위아래 중간 다 한번씩 해보고 세로로 사이즈에 맞게도 조절해보고 여러 테스트를 해봤었습니다.

결론은 가운데를 집어가며 중심을 흩트리는건데 그때 선물한 인형이 아직까지 처갓집에 있습니다.

한 4번정도는 뽑아서 선물로 줬던 기억이 나고 거기서 뽑다가 그 다음엔 영등포에 있는 타임스퀘어에도 있길래 그쪽으로도 두어번 가곤 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인형이 뽑히는 재미로 도전했던거지 별다른 뜻은 없었습니다.

딱 인형이 출구통으로 나왔을때의 그 희열과 뽑힐랑 말랑 할때의 긴장감을 즐기는거였죠.

뽑아놓고 집에 인형을 쌓아놓는것만 생각을 했었는데 그랬던 생각이 이제 다른 샵들을 다녀보면서 바뀌게 됩니다.

3. 뽑기 방송을 본 이후

확실하게 저는 방송을 보면서 뭔가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내가 돈을 못벌어도 저렇게 뽑기를 잘해서 물건을 뽑은걸로 생활할 수 있다면 재밌게 살 수 있지 않을까라구요.

부족한 월급은 뽑기실력으로 충당을 해서 생활비를 아끼자는 마인드였던 겁니다.

아직 동네에 그런 기계나 샵은 없지만 지방으로 내려가면 쌀한가마니도 상품으로 걸려있고 온갖 잡동사니를 다 구할 수 있다고 하니까 거기에 흔들렸었습니다.

그래서 이걸 배우고싶다는 생각이 그때부터 많이 들었고 카페에도 가입을 해서 활동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는 다음카페에 활성화된게 있길래 거기에 가입을 했었고 다른 분들이 사진을 올려준 것을 보면서 이런게 있구나 정도만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뽑은 상품들 전시해둔 걸 보면서 부럽다 생각만 했었구요.

그런데 갑자기 유튜브나 개인방송이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바뀌기 시작합니다.

단순히 사진만 봐서는 공략법을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개인방송을 하는 분들이 직접 영상을 실시간으로 찍어서 올리기 시작하는 겁니다.

실시간으로 보면서 저건 저렇게 뽑으면 되는구나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유튜브에도 다양한 채널들이 나오면서 아주 상세하게 뽑는 노하우를 공유해줬습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놓는 범위가 있다는 건 몰랐고 그냥 못뽑게 수작을 부려놨다고만 생각했었습니다.

내가 털리면서 왜 털리는지 몰랐고 그냥 기계가 잘못된거라 생각만 했었습니다.

그런데 하나씩 배우면서 저럴때는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알게되고 고가의 상품을 뽑는 방법까지도 슬슬 깨닫게 되었습니다.

4. 동네샵에서 처참하게 털린 일

매일 영상을 보면서 연습하고 공략을 배웠지만 정작 써먹어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동네에 그런 샵들이 없었기 때문인데 어느날 갑자기 동네에 새로운 뽑기샵이 들어오게 됩니다.

간판을 먼저 달고 그 뒤에 기계를 들여오고 한참뒤에 오픈을 했는데 지나가다가 보면서 빨리 오픈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오픈을 한 이후에 저도 지금까지 배운 실력을 써먹어보려고 만원짜리를 뽑아서 방문을 해봤습니다.

그 전까지는 인형들만 주로 뽑았지만 새로생긴 샵은 피규어를 꿀망에 넣고 뽑는 방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당연히 인형을 들고가서 뽑는것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저는 그래도 만원을 쓰면 하나 정도는 나올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만원을 쓰고도 하나를 못뽑는 불상사가 생깁니다.

그 이후에 절치부심해서 다시 방문을 했다가 3만원을 쓰고 빈손으로 나오는 일까지도 벌어졌습니다.

여기가 진짜 주작샵이구나 다시는 가면 안되겠다 다짐하고 아예 방송도 안봤습니다.

피규어는 안뽑아야지 하고서 방송도 끊었는데 또 어느날 보니까 엄청 고가의 경품을 뽑는게 나오길래 거기서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새로생긴 샵의 문제인거지 하며 다시 생각을 고쳐먹게 된 겁니다.

그렇게해서 다시 처음부터 기계에 따른 특성이나 뽑는 방법, 꼼수, 끼우는 요령, 탑쌓기, 회오리치기, 포크레인, 와리치기, 꼬인줄 풀기 등등 다양한 스킬들을 배워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샵들을 다니게 되었고 드디어 저랑 잘 맞는 동네를 발견하게 됩니다.

5. 고가의 경품뽑기

새로 방문한 동네는 정말 고가의 경품들이 많았습니다.

10만원짜리도 있고 가장 비싼건 20만원대의 물건들도 있었는데 그걸 보고서 이제 눈이 뒤집혀버립니다.

바로 만원짜리를 들고 도전했으나 보기좋게 실패하고 맙니다.

4만원을 썼는데 아무것도 못뽑고 그냥 돌아오기도 하고 1~2만원씩 맨날 털리기도 하면서 이제 해당 샵의 특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꿈에 그리던 7만원대의 피규어도 뽑게되고 고가의 에어프라이어도 뽑게 되었습니다.

나중에는 값비싼 에어팟도 뽑게 되었는데 이제 경품들의 가격이 올라가니까 제 생각도 조금씩 바뀌게 되었습니다.

실력만 좋다면 전국의 샵들을 다니면서 고가의 아이템만 뽑고 다녀도 먹고 살 수 있겠다고 말입니다.

실제로 돈 7만원에 에어팟 프로도 뽑아보고 5만원에 갤럭시 버즈 라이브도 뽑게되면서 상상은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대신 그렇게 한번 대박이 나면 또 한번씩 4~5만원을 쓰고도 아무것도 못뽑는 날도 생기게되면서 또이또이를 치고있구나 느끼고 있습니다.

실력이 더 좋아지면 틀림없이 이걸로 벌어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까지 제 실력으로는 그게 힘든 모양입니다.

이럴거면 차라리 다니면서 돈을 쓰지 말고 중고기계를 하나 장만해서 똑같은 환경으로 셋팅하고 집에서 계속 연습을 하는게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봤었습니다.

기계를 놓을 자리가 없어서 포기하긴 했지만 아예 가능성이 없는 얘긴 아니죠.

슬슬 이렇게 중독이 되어가는 듯 한데 앞으로 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잘 모르겠습니다.

원래 고가의 경품을 넣는것 자체가 불법이라 대대적인 단속을 한다고는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자영업자를 건드리는 일은 안하고 있는 듯 합니다.

언제까지 운영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이것만 보고 투자를 하기도 그렇고 그냥 지금처럼 소소하게 다니면서 뽑아내는 식으로 재미나 보려고 하는 중입니다.

대신 무리한 위치에 있을때는 자제하고 정말 금방 나오겠다 싶은 상황에서만 도전을 하기로 했습니다.

매일 순찰을 나가서 위치를 확인하고 금방 나올 수 있을 것 같을때 돈을 넣고 뽑아내기로 했는데 아직은 생각만큼 잘 조절이 안됩니다.

어려운 포지션인데도 뭔가 나올 수 있을 것 같고 뽑을 수 있을 것 같으니 계속 도전을 하게되는거죠.

그래도 계속 도전하다보면 나름의 노하우도 쌓이고 실력도 올라가고 무리한 도전도 줄어들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따로 취미가 있는게 아니니 너무 무리하지 않고 건전하게 즐기도록 해야겠습니다.